연차는 아끼지만, 멈추지 않는 여행

여름휴가 7~8월 집중, 이제 옛말인가
해마다 연차 촉진 시즌이 돌아오면 HR 담당자의 고민은 비슷하다. 임직원이 여름 성수기에 연차를 몰아 쓸 테니, 그 시기에 맞춰 휴가를 독려하면 된다는 것이다. 외부 조사도 이 통념을 뒷받침했다. 직장인들은 연차 절약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겼고, 연차를 아낄 수 있다면 평균 23.1% 더 높은 비용도 감수하겠다고 답했다. 주말을 낀 여행을 선호했고, 출발 요일은 금요일이 39%로 가장 많았다. 이런 결과는 여름휴가철에 장기 여행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25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의 기업회원 예약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7~8월 예약 비중은 19%에 그쳤고, 주말 출발이 61%를 차지했다. 임직원들은 연차를 여름에 몰아 쓰는 대신, 연중 고르게 흩어 쓰면서 주말에 붙여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연차는 아끼되, 여행 자체는 멈추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HR의 연차 촉진도 달라져야 한다. 여름 한철에 몰아서 쉬라고 독려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중 언제든 연차를 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향이다.
이 브리프는 월별·요일별·박수별 예약 패턴을 통해 임직원이 실제로 연차를 어떻게 쓰며 여행하는지 살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연차 소진율을 끌어올리는 복지 설계의 단서를 찾는다. 지금 하반기 연차 촉진과 복지를 설계하거나 재검토 중이라면, 이 데이터가 출발점이 될 것이다.
7~8월 예약 19%에 그쳐, 성수기 분산으로 연중 고른 여행 패턴 확립
연차 사용이 여름 한철에 몰리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근로자들의 휴가 사용은 점점 분산되고, 연차 소진율은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파트너사 임직원의 예약 패턴도 같은 방향이다. 7~8월 예약 비중은 18.8%에 그쳤다. 대신 5월·10월·12월이 각각 9.1%, 9.5%, 10.3%를 차지하며 연중 고르게 분산됐다. 성수기 두 달에 쏠리던 수요가 사계절로 흩어진 것이다.
분산의 신호는 연차 사용량에서도 드러난다. 7~8월 연차 사용은 평월 대비 1.15배 증가에 머물렀다. 과거 성수기에 연차가 2배 이상 몰리던 집중 현상이 크게 완화된 것이다. 최근 뜨고 있는 6월 얼리 휴가도 이 흐름을 보여준다. 성수기 직전인 6월은 여행 경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정부·지자체의 여행 지원 사업을 활용하면 같은 여행지도 더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 실제 6월 예약 비중도 7.5%를 기록했다. 7~8월 숙박 요금이 비수기 대비 모텔 최대 196%, 펜션 최대 111%, 호텔 최대 192%까지 오른 것도 임직원이 성수기를 피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HR 담당자가 읽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하다. 연차 촉진 정책을 성수기 집중형에서 연중 분산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직원은 이미 연중 고르게 떠나고 있는데, 촉진 메시지만 여름에 몰려 있으면 실제 사용 패턴과 어긋난다. 월별 연차 사용 패턴을 살펴 특정 시기에 쏠리지 않도록 관리하고, 평소에도 연차 사용을 꾸준히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5월·10월 같은 준성수기에 사내 여행주간을 편성하거나, 6월 11일부터 7월 31일까지 진행되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주관 대한민국 숙박세일 페스타 같은 정부 지원 사업 일정을 복지 캘린더에 안내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사업은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85곳을 대상으로 총 30만 장의 숙박 할인권을 배포한다. 임직원이 성수기를 피해 연중 아무 때나 경제적으로 떠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연차 소진율을 높이는 첫걸음이다.

해외 옵션을 연 기업, 예약 비용이 1.7배
연차를 연중 자유롭게 쓰는 임직원은 여행의 선택지도 넓다. 그 차이가 단가로 나타난다. 해외 숙소 예약 비중에 따라 임직원 1인당 연평균 예약 단가는 뚜렷하게 갈렸다. 국내 전용 기업의 평균 단가는 약 35만원인 반면, 해외 비중이 10% 미만인 기업은 약 47만원으로 34.1% 높았다. 해외 비중이 10% 이상인 기업은 약 59만원으로, 국내 전용 기업의 1.7배에 달했다. 2026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이 사상 처음 3,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동남아 휴양형과 동유럽 가성비 장거리 여행이 함께 확대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물론 이 차이를 해외 옵션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원래 복지 예산에 여유가 있는 기업이 해외 옵션도 함께 열어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해외 숙박이라는 선택지가 더해질수록 임직원이 목적지·일정·체류 유형에서 더 폭넓게 고르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폭이 단가, 나아가 만족도와 함께 움직인다. 해외 여행은 대개 연차를 붙여 길게 떠나는 여행이다. 연차를 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일수록 임직원이 이런 선택지로 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HR 담당자는 국내 숙소만 제공하던 복지의 틀을 넓힐 필요가 있다. 단가가 높다는 것은 회사가 더 부담한다는 뜻이 아니다. 임직원이 같은 복지 한도 안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한다는 의미다. 2026년 기업 복지는 모두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던 방식에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선호에 따라 고르는 카페테리아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해외 옵션은 이런 개인화 복지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이다. 또한 해외 여행은 연차를 활용한 장기 휴가의 유인이 되어 임직원의 워라밸 만족도를 높이고, 복지의 차별화 포인트로 인재 유지에도 기여한다. 복지 플랫폼에 해외 숙소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간편 예약·환전·여행자보험 같은 부가 서비스를 연계하면, 임직원이 복지 한도 안에서 국내와 해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 곧 연차를 더 적극적으로 쓰게 만드는 길이다.

연박 기업, 건당 단가 65% 높아 - 연차를 이어 쓰는 문화가 복지의 질을 가른다
연차를 이어 붙여 길게 머무는 임직원은 여행의 질 자체가 다르다. 일반적인 직장인 여행은 '짧고 자주'로 재편되는 중이다. 연차 사용도 3일 이하가 50%를 차지하고, 연차를 아끼기 위해 평균 23.1% 더 높은 비용도 감수하겠다는 응답이 많다. 그러나 연박 비중이 높은 기업의 임직원은 다른 소비 행태를 보였다. 연박 비중 상위 30% 기업의 예약 건당 평균 단가는 약 32만원으로, 하위 30% 기업의 약 19만원보다 65% 높았다. 전체 평균인 약 27만원도 17% 웃도는 수준이다.
이 차이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지출 규모가 아니다. 서울 럭셔리 호텔 시장의 객실 단가가 매년 8.2%씩 오르고 직장인 연차 소진율이 79.4%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상황에서, 연박 기업의 임직원은 연차를 활용해 질적으로 다른 여행을 선택하고 있다. 연차를 이틀, 사흘 이어 쓸 수 있느냐가 여행의 깊이를 가르고, 그 깊이가 복지의 체감 품질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HR 담당자는 복지 지원금의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임직원이 연차를 이어 쓸 수 있는 문화가 갖춰져 있는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같은 복지비를 투입해도, 연박 여행이 가능한 조직에서는 단가가 올라가며 체감 품질이 차별화된다. 단가가 높다는 것은 회사가 더 부담한다는 뜻이 아니라, 임직원이 같은 지원으로 한 번에 더 깊이 있는 여행을 고른다는 신호다. 연차 사용 목적의 35%가 여행이고, 47%가 주말 전후로 연차를 결합하는 것을 선호하는 환경이다. 이런 조건에서 연박을 유도하는 것은 단순히 휴가 일수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소비의 질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65%의 단가 격차를 예산 증액 없이 메우려면, 연차 사용 장려와 대체 인력 풀 운영, 팀 단위 순환 휴가 같은 조직 차원의 시간 설계가 먼저다. 복지비를 늘리기 전에, 임직원이 연차를 마음 편히 이어 쓸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주말 61% 주중 39%, 아직 쓰지 않은 연차에 기회가 있다
여기까지가 연차를 잘 쓰는 임직원의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아직 다 쓰지 않은 연차를 볼 차례다. 직장인 연차 소진율이 79.4%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예약 데이터를 보면 여전히 여지가 남아 있다. 주말 출발이 60.9%, 주중 출발이 39.1%로, 연차를 활용한 여행이 절반에 못 미쳤다. 연차 사용일수 중위값이 15일인 점을 고려하면, 주중 출발 39.1%라는 수치는 임직원이 부여받은 연차 중 일부만 여행에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패턴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주중 출발 예약의 평균 숙박일수는 1.4박이었다. 연차 하루를 붙인 1박 2일이나 2박 3일 단기 여행이 대부분이다. 반면 주말 중심 여행은 금요일 퇴근 후나 토요일 아침에 떠나는 패턴으로, 연차를 거의 쓰지 않는 선택지다. 즉 임직원 대다수는 연차를 아껴 주말에 붙여 떠나고, 연차를 적극적으로 꺼내 쓰는 비중은 아직 39%에 머물러 있다.
주중 출발이 적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끌어올릴 여지가 그만큼 남아 있다는 뜻이다. 임직원이 연차를 여행에 덜 쓰는 데는 심리적·조직 문화적 제약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HR 담당자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이 39.1%다. 연차 사용을 독려하는 사내 캠페인, 주중 출발 여행에 대한 추가 복지 혜택, 팀 단위 연차 계획 수립 문화가 더해지면 여행이 주말에만 몰리지 않고 연중으로 퍼진다. 주중 출발 비중을 10%포인트만 높여도(39.1%→49.1%) 연차 소진율과 복지 이용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성수기 분산 효과와 맞물려 복지 단가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분기마다 주중·주말 출발 비중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조직의 연차 활용 수준을 진단할 수 있다. 남아 있는 39%가, 연차 촉진의 가장 큰 기회다.

체류 일수보다 선택 폭 - 필요한 건 연중 나눠 쓸 수 있는 연차
연차를 더 쓰게 하려면 무엇을 제공해야 할까. 데이터는 '길게 머무는 옵션'이 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장기 체류 비중 상위 30% 기업의 임직원 1인당 연간 예약 횟수는 2.0회로, 단기 중심 하위 30% 기업의 1.83회와 큰 차이가 없었다. 3박 이상 비중은 장기 기업이 56.5%로 단기 기업의 1.5%를 크게 앞섰지만, 정작 여행을 떠나는 횟수는 거의 같았다. 중간 그룹도 1.9회로, 상위 그룹과 0.1회 차이에 그쳤다.
이는 장기 체류 옵션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임직원이 더 자주 떠나게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오히려 1박·2박·해외·주말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고르게 갖춘 기업일수록, 임직원이 연차를 여러 번 나눠 쓰는 패턴으로 이어진다. 2026년 트렌드 조사에서도 한국 MZ 여행자의 53.5%가 최고급 여행에 지출할 의향을 보였지만, 동시에 경험 중심 여행을 선호했다. 단순 관광지 방문보다 그곳에서의 시간과 느낌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 머무는 박수보다 목적지·테마·일정 조합의 다양성이 만족도를 좌우한다.
복지 설계는 '길게 머무는 것이 곧 좋은 복지'라는 단선적 가정을 내려놓아야 한다. 국내 1박, 국내 3박, 해외 2박, 주말 당일처럼 선택 시나리오를 폭넓게 구성하는 것이 먼저다. 보통 기업도 1.9회로 상위 그룹과 0.1회 차이에 불과한 만큼, 박수를 늘리라는 인센티브보다 예약 시점·목적지·동반자 조합을 자유롭게 짤 수 있는 접근성이 핵심이다. 임직원이 같은 예산으로 '이번엔 국내 2박, 다음엔 해외 1박'처럼 상황에 맞춰 나눠 쓸 수 있어야 연차가 연중 고르게 돈다. 포인트나 횟수 기반의 유연 복지로 전환하고, 분기마다 미사용 현황을 알림으로 보내 연중 고르게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용률과 연차 소진율을 함께 끌어올리는 실무 액션이다.

연차는 몰아 쓰는 것이 아니라, 연중 고르게 쓰는 것이다
이 브리프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임직원은 더 이상 연차를 여름 한철에 몰아 쓰지 않는다. 7~8월 예약이 19%로 분산되고 주말 여행이 61%를 차지하는 동안, 임직원들은 연차를 아껴 쓰되 여행 자체는 멈추지 않았다. 연차를 연중 고르게 흩어 쓰고, 주말에 붙여 떠나며, 길게 이어 쓸 수 있을 때 더 나은 여행을 선택했다. 해외 옵션을 갖춘 기업은 단가가 1.7배 높았고, 연박이 가능한 기업은 건당 단가가 65% 높았다. 길게 머무는 것 자체보다, 국내·해외·연박·주말을 아우르는 선택의 다양성이 만족도를 결정했다.
그렇다면 연차 촉진의 방향도 분명해진다. 여름 성수기에 몰아서 쉬라고 독려하는 방식은 이제 임직원의 실제 패턴과 맞지 않는다. HR이 해야 할 일은 연중 언제든 연차를 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그리고 주말에 하루 이틀 붙여 떠날 수 있도록 환경을 여는 것이다. 아직 연차를 충분히 쓰지 않는 주중 출발 39%에 기회가 있고, 그 기회는 복지 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선택지를 넓히는 것만으로 열린다. 정부가 근로자 1인당 총 40만 원을 지원하는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을 2026년 10만 명 규모로 확대한 지금이 그 적기다.
성수기가 분산되고 선택지가 넓어질수록 연차는 연중 고르게 돌고, 복지 단가는 자연스럽게 오르며, 그 상승은 곧 임직원 만족도로 돌아온다. 연차를 몰아 쓰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 연중 분산형 연차 촉진으로 방향을 트는 기업이, 하반기 여행 시즌에서 한발 앞선 복지를 갖추게 된다.